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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이거 해봤어요

여자 검도 입문, 한달 속성으로 배워보기

by 천사양 2022. 2. 9.

 

검도 하면 뭐가 떠오르는가?

멋진 도복에 나무칼을 쥐고 기합 팍팍 (이얍!! 이얍!!!) 소리 지르며 검을 마치 "귀멸의 칼날"처럼 휘두를 거 같은 무도인의 모습이랄까....

사실 멋있긴 하다. 

실제로는 검이 무거워서 한손에 못휘두른다.

<출처: 퀴멸의 칼날 애니메이션>

펜싱 할 때처럼 검도도 보호대 착용도 하고 도복도 입으니 뭔가 더 폼나는 느낌? 검도는 두 종류가 있다고 하는데 내가 배운 것은 대한검도이다.

일단 나의 스펙.

= 전형적인 허약형.

뭐만 좀 했다~ 싶으면 눞고 싶고 널브러져 있는 게 일상. 근육은 최소한만 있음. 정상체중, 전형적인 두부살. 

어렸을 때 피아노 학원은 줄창 다녔는데 검도 쪽은 접해본 적이 아예 없음. 

죽도 휘둘러본적 없음.

줄넘기를 하면 관절이 시림.

컴퓨터 사무직이라 등이 구부정함. 어깨 아픔. 눈 안구건조증에 시달림. 

큰 병은 없으나 자잘하게 여기저기 아픔. 

운동의 필요성을 조금씩 느끼고 있지만 뭐부터 해야 할지 잘 모르겠음.

 

그래서 여기저기 수소문을 해봤는데 검도가 눈에 확 들어왔다. 

먼저

검도복 입은 사람을 봤을때의 느낌?

일단 멋짐. 멋짐폭발.

근데 왠지 돈이 많이 들 거 같음. 

장비 빨 있어 보임.

대련하는 거 재밌지만, 남 때리고 맞는 게 쉽지 않아 보임. (대련류의 운동을 해본 적이 없음.)

절도 있어 보임.

검 휘두르는 거 멋있음. 

없던 자신감이 생길 거 같음.

적당한 근육과 건강한 탄탄한 몸매를 항상 유지할 거 같음.

그래서 검도가 궁금해진 나는 직접 배우러 가보기로 했다.


일단 첫날.

나처럼 초보자인 참가자들만 모여있는 그룹이라 마음 편히 입문했다.

간단히 스트레칭하고 검도 발 자세 잡는 법이랑 나에게 맞는 죽도를 선택한다.

그리고 검도 발에 익숙해지기 위해 자세 연습 및 죽도로 정면 치기를 연습한다.

참고로 검도는 맨발로 한다. 검도장은 마룻바닥으로 되어 있는데 처음엔 맨발로 하려니까 너무 어색했다. 물론 레슨시간에는 금방 적응한다.

둘째 날도 스트레칭, 그리고 자세 잡고 죽도로 내려치기 연습.

셋째 날은 검도 발을 유지한 상태로 달리기.

넷째 날은 정면 머리 치기 손목 치기 등등.

한 달 단기 속성반이라서 진도가 나갈수록 점점 어려워진다.

그래서 그런지 처음에는 자신만만해하다가 수업이 끝날 때쯤 다들 널브러졌다. 

사범님이 

"검도가 어려워서 초보이신 분들은 중간에 포기하고 나가는 경우가 많다."

라고 하셨는데 검도 발을 유지하면서 앞뒤로 뜀뛰기를 연습하는 날부터 한두 명씩 빠지더니 종내 나포함해서 마지막 수업을 진행할 때는 2명이 되었다.

이거 좋아해야 하는 거야?

덕분에(?) 사범님에게 좀 더 세밀하게 지도를 받았다고나 할까? 

겨울이라 가뜩이나 활동량도 줄고 두부살이라 

"이때 아니면 내가 언제 억지로라도 운동을 하겠어."

하는 마음으로 나갔는데 오히려 기대 없이 임해서 그런지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물론 맨날 엉덩이가 오른쪽으로 엉성하게 빠져있다던가 발구르기가 잘 안돼서 대충 껑충껑충 뛴다던가 이래서 자세 지적을 더 많이 받긴 했지만 잘하면 잘한다고 무한 칭찬을 해주시는 사범님 덕분에 뜀박질에도 힘이 났다.

하다 보니 느낀 건데 내가 골반이 오른쪽으로 많이 빠져있는 게 보인다. 골반 틀어짐이 심하다는 얘기이다. 

검도를 하려면 항상 정면의 바른 자세가 기본인데 나는 의식하지 않으면 항상 엉덩이가 오른쪽에 빠져 있었다. (꾸부정....) 

검도하면 근육질에 우람하고 탄탄해질까?

먼저 사범님을 살펴보자.

사범님은 키가 178~180 정도?에 도복 때문에 덩치가 좀 더 커 보이는데 평복 입으신 모습을 보니까 그냥 보통 체격이시다. 근육질 스타일도 아니고 그냥 운동 좋아하는 사람이 오랫동안 운동한 거 같은 단단하고 날렵한 느낌? 정도이다. 

헬스 트레이너 같은 우람한 근육질은 검도한다고 생기지 않는 것 같다. 

다만 운동할 때 뛰고 검을 휘두르고 고함도 많이 치다 보니까 기초 체력 기르는 데는 그만이다. 

나랑 끝까지 남아 운동한 참가자분은 꾸준히 요가, 필라테스, 골프... 등등 다양한 운동 취미가 많으셔서 검도가 처음인데도 사범님이 자세 좋다고 좋아하셨다. 

그리고 기본자세가 끝나면 타격 기를 때리면서 실전 연습에 돌입한다. 

타격기 때리는 건 진짜 재미있었다. 

사범님의 구령에 맞춰 "머리! 손목! 허리!" 이렇게 기합을 넣어가며 타격기를 죽도로 때리는데 뭔가 '귀멸의 칼날' 주인공도 이렇게 연습했겠구나 싶기도 하고. 

타격기가 어느 정도 익숙해지자, 하루는 사범님이 직접 호구 착용을 하시고 실제 사람을 타격해보기도 했다.

처음엔 사람을 처음 타격하는 게 겁나기도 하고 심적으로 힘들었는데 집에 돌아오는 길에 "아 이래서 사람들이 격투기를 배우는구나."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처음에는 겁나도 일단 전문 무도인이 지도한다는 가정하에 사람과 대련하거나 치는 등의 행동을 수십 번 반복하다 보면 혹시 모를 폭력에도 대응하기 수월하겠구나, 나도 강해질 수 있지 않을까? 이런저런 생각들? 

남에게 고통을 주고 때려보기도 하고 본인도 어느 정도 맞아봐야 뭐든 느는 건데, 돌발상황에서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하는 게 남과 대련 등을 해본 적이 없어서 그런 것 같다. 

마지막 날은 유난히 비가 오고 쌀쌀했다. 

다른 참가자분은 처음과 달리 검새가 꽤 좋고 품도 훨씬 좋아지셨지만 여전히 나는 엉망이다. 그래도 열심히 땀 흘리며 도장을 같이 뛰어다녔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서 지도해 주신 사범님과 여태까지 배웠던 동작을 복습하고 마무리 지었다. 

일주일에 세 번, 한달짜리 속성이었지만 뭔가 배운다는 건 항상 첫눈과 같은 설렘인 거 같다. 

검도를 배우고 싶다면

먼저 단점을 말해본다.

장비값이 고가이다.

호구 세트랑 죽도랑 검도복 등등 꽤 큰 금액이 나간다. 물론 한번 갖추어 놓으면 추가로 드는 비용은 거의 없다. 정확한 금액은 잘 모르겠지만 50~80만 원 사이 정도 되는 것 같다. 비싸면 비쌀수록 좋다고 한다. 

호구 세트를 빨 수가 없다.

일단 검을 들고 대련을 하기 때문에 부가적으로 땀을 많이 흘리는데 호구 세트에 땀이 묻어도 세탁하기 번거롭다. 땀냄새가 배여서 잘 안 빠진다.

다른 사람이 쓰던 호구 세트 등을 중고거래를 이용해서 사기가 어렵다. 보통 검도에서 쓰이는 호구 세트는 본인 몸에 맞게 제작된 걸 착용하기 때문에 남이 쓰던걸 쓰면 사이즈가 안 맞거나 너무 끼거나 헐렁하니 불편해서 다시 사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발바닥이 아프다. 

맨발로 하는 운동이다 보니 검도 발 유지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오른발을 쿵! 하고 구르는 동작이 많다.  그러다 보니 물집도 잡히고 특히 발구르기를 할 때 발을 세게 굴러야 하기 때문에 무릎과 발바닥 전체에 체중을 실어서 힘을 많이 가한다.

나는 그냥 살살했다. 요령 없이 하다 보니 집에 오면 무릎이 쑤셨다.

사범님 말씀으로는 익숙해지면 관절에 힘도 덜 들어가고 발바닥도 아프지 않다고 하시지만, 초보자 입장에서는 요령이 없으니 집에 올 때 오른쪽 발이 시큰거린다. 

검을 휘두르는 동작을 많이 해서 어깨가 뭉친다.

이건 내가 요령이 없어서 그렇다. 원래 어깨에 힘을 빼고 왼손에만 힘이 들어가는 게 맞는데 자꾸만 어깨에 힘을 주게 된다. 이것도 역시 연습을 꾸준히 해서 자세를 교정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힘이 빠진다는데 처음이면 이것도 잘 되지 않아 어렵게 느껴질 듯하다.

매일 훈련받는 기분이 든다.

일단 검을 다루기 때문에 검과 친숙해지기 위해 몸풀기 체조, 검도 자세 유지하며 달리기, 뛰기, 휘두르기 등의 같은 동작을 수십 번씩 연습하는데 수련원 등록해서 극기훈련받는 기분이 좀 든다.

검도를 배우고 기본기를 익히려면 이 지루한 시간을 꼭 견뎌야 한다. 나는 한달짜리 단기속성으로 배웠기 때문에 타격도 해보고 짧은 대련도 맛보기식으로 해보았지만 원래 검도 수업을 듣는 사람이라면 이 기본 다지기를 3개월 정도 하고 호구 쓰는 단계에 접어든다고 한다. 

호구를 쓰는 단계에 접어들면 여름에는 땀으로 범벅이라고 한다. 샤워는 필수라서 샤워실이 남녀 구분되어 있다.


단점을 이기는 장점들.

일단 멋지다.

검도복이 단정하니 정말 디자인 예쁘고 격식 있어 보인다. 

호구 세트까지 장착하면 더 멋짐이 뿜 뿜!! (대신 무겁다. But!! 자본주의 시스템에 입각하여 비싸면 비쌀수록 소재 좋고 가볍다고들 한다.)

살도 빠지고 적당히 근육도 만들 수 있다.

몸에 적당히 근육이 붙어서 꾸준히 하면 체육인 못지않게 옷발이 꽤 잘 받을듯하다. 원래 옷발은 모델이지만, 체육인들 옷발도 최고이다. 

검을 사용해서 상대방과 호흡하며 검새를 익힐 수 있다.

성격이 소심해도 자꾸 때리고 맞다 보면 뭐든 다 익숙해진다. 익숙해지면 자연히 이기고 싶다는 마음도 따라온다. 게다가 급수도 딸 수 있다고 들었는데 시합에 나가서 대련해보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자연스럽게 검도인들끼리 친하게 지낼 수 있다. 

운동을 하다 보면 그 무리 안에서 나와 결이 비슷한 사람을 만날 수도 있고 그러다보면 자연스럽게 친해질수도 있고 서로 스몰토크 하다 정보 교환도 하고, 다양한 직업군을 만날수 있어서 견식을 넓히기 좋은 것 같다. 아무리 인터넷이 발달해도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가벼운 스몰토크는 확실히 재미있고 서로 발전하면서 격려하는 분위기라 힘이 난다. 

자세가 바르다.

바른 자세는 검도의 기본 중에 기본이라 다리를 꼬거나 허리가 구부정하거나 이런 사람에게는 효과가 높을듯하다. 평소에 바른 자세를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것만으로도 큰 효과라 생각한다. 

 

선물받은 검도 뱃지. 왕 귀여움.

 

다음에는 호신술이나 권투를 한번 배워보고 싶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면 여전사들이 싸우는 액션신을 보면 넋 놓고 보고 있는데

그걸 내가.... 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 열심히 하면? 나라고 뭐, 못하란 법 없잖아?

요즘에는 근육질의 운동해서 땀 흘리고 총도 파바박 쏠 거 같은 액션배우 느낌의 여자들이 내 워너비이다. 

안젤리나 졸리 진짜 매일 매일 봐도 항상 멋짐

<출처: 미스터미세스스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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