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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이거 해봤어요

여자 양궁 배우기 두달차. 너무 재밌는데 돈덩어리 취미인듯.

by 천사양 2022. 5. 16.

 

양궁? 양궁 하면 안산 선수밖에 모르는 초보 양궁러. 
**양궁클럽에서 2달 배우고 후기를 남길까 한다. 

일단 양궁하면? 쫌 멋지다.

헝거게임의 캣니스의 화려한 활시위 같은걸 기대하고 갔는데 뭐, 이건 영화니까. 일단 가면 가볍게 준비운동을 해준다. 곳곳의 관절을 잘 풀어주고 바른 자세를 유지해야 활이 원하는 데로 잘 나간다. 

활이나 화살촉 등은 양궁클럽에서 초보자들 수업을 위해 미리 준비해둔 걸 쓰면 된다. 활 조정은 감독님과 코치님이 상시 돌아다니면서 조절해 주신다. 

각자 키도 다르고 몸무게도 다르고 하다 보니까 준비해둔 화살 중에 나랑 맞는 게 있고 아닌 게 있는데 코치님이 보시고 키와 몸집이 비슷비슷한 사람끼리 짝꿍을 지어주신다. 

인원수가 많아 모두가 한꺼번에 활시위를 당길 수는 없기 때문에 짝꿍과 번갈아가면서 연습을 하는데 처음에는 자세 잡는 것만 연습한다. 

활시위 당길 때 턱의 위치, 손 모양, 발 위치 등등.... 첫날은 자세교정과 한두 번 활시위를 당기는 것을 만족해야 한다. 

감독님은 활 쏘는데 자세를 무척 강조하셨다. 뭔가 단단한 소나무 같은 흔들림 없는 자세와 손 모양 호흡까지 일치되어야 활이 중앙에 잘 맞는 거라고 몇 번이고 시범 동작을 보여주셨고 코치님도 손 모양이나 자세 등을 계속 교정해주신다. 

그리고 두 번째 수업부터는 본격적으로 쏘기 시작하는데 시작은 5m이다. 

이렇게 보니까 진짜 되게 가깝네...

일단 무지 재밌다. 첫날 자세잡기 하는 건 기본기 익히는 거라 어려웠는데 쏘기 시작하니까 정말 재밌다. 일단 처음에는 저 원형 안에만 들어가도 감격스럽다. 

화살이 엉뚱한데 날아가 박히는 경우도 많은데 나는 초반 몇 번에는 잔디밭으로 날아갔다가 주워왔다. 그런데 거리가 워낙 가까워서 계속 활시위를 당기다 보니 척척 원 안쪽으로 박힌다. 

나는 너무 재미있어서 짝꿍 분하고 바통 터치할 때마다 좀 아쉬웠다. 

왼쪽은 내가 쓰는 화살. 양궁장 안 내부 풍경.

활은 무겁지는 않은데 크기가 크다. 물어보니 활이 크면 클수록 장력의 영향을 덜 받아서 화살이 쭉쭉 잘 나가고 작은 활은 더 다루기 어렵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나라 국궁은 양궁보다 크기가 작고 더 앙증맞은데 양궁에 비해 난이도가 엄청 높은 편이라고. 부상의 위험도도 높은편이라고 한다. 

화살이 원안 중앙에 맞는게 가장 점수가 높은데 활의 중앙에 빨갛게 튀어나는 조절기로 맞춰준다.
연습을 하면 할수록 노란선안으로 모아진다.

나는 주말반이라 주말에만 가서 연습을 했는데 이게 재밌는 게 하다 보면 점점더 잘하고 싶어서 집중해서 하다보면 점점 화살이 노란 선 안으로 몰린다. 이때 진짜 진짜 기분이 좋다. 

점점 실력이 발전하는 게 보인달까. 

화살촉은 직접 뽑도록 되어있는데 화살촉이 망가질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박힌 부위 바로 윗부분을 잡고 살살 뽑아야 한다. 화살도 휘거나 하면 다시 새 걸로 사서 교체해야 한다고, 일종의 소모품으로 보면 된다. 

사진 찍느라 화살대 위쪽을 잡은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최대한 박힌 부분에 바짝 대로 살살 돌려서 빼는데 안이 지푸라기로 채워져 있는지 쏘옥~ 쏙~ 빼는 느낌이 든다. 

코치님이 일단 노란선 안으로 화살을 집어넣는 것도 좋지만 화살이 여러 방향으로 쏠리지 않고 한곳에 집중적으로 박히는 게 좋다고 하셨다. 

감독님 뒷모습.

배우는 곳이 야외라서 날씨가 좋아도 춥다고 다들 얇은 파카 같은 걸 입고했는데 잠시 쉬는 시간 동안 감독님 뒷모습이 재미있어서 한컷 찍었다. 

어깨 부근에서 조그맣게 구멍 난 부분을 쿨~하게 스카치테이프 붙여서 때우시고 입고 다니심. 뭔가 스카치테이프도 은근 간지 있다.

한달차하고 보름이 되었을 때는 승급시험을 본다. 언제까지 5m만 쏠 수는 없으니까 10m로 넘어가기 위한 시험이다.

왼쪽은 연습용 고무줄, 오른쪽은 승급표.

코치님이 300점 넘으면 10m로 넘어가겠다고 하셨는데 311점이 나와서 통과!

아, 재밌다~~~!!

10m 거리. 와, 화살이 막 중구난방이네.

10m는 만만치 않다. 나랑 같이 승급시험에 통과한(사실 2/3은 다 통과) 분들끼리 모여서 활시위를 당겼는데 화살이 사방팔방에 꽂혀있다.

코치님이 괜찮다고 화살이 일단 꽂히는 것에만 집중하라고 잔디밭에 안 꽂히는 것만 해도 일단 잘하는 거라고 격려해 주셨지만, 겨우 조금 멀리 판이 모여졌다고 화살이 아무 데나 찍히니 어려웠다.

그래도 활시위를 당길 때의 긴장감이 진짜 재미있다. 

다니면서 느낀 건데, 오래 다니신 분들은 개인 활과 화살을 사용하신다. 아무래도 기존에 구비된 활과 화살은 여러 사람이 거치다 보니 개인 활과 화살 등을 따로 챙겨 다니시면서 연습을 하시는 듯했다. 

그리고 거리가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화살도 다양하게 구비해서 사용해야 한다고 하니 음.... 너무 재미있고 좋은 취미이지만 돈 많이 드는 취미인 거 같다. 

일단 장비값은 둘째치고 화살은 소모품이니까 계속 돈이 지출된다.

그리고 활시위를 당기다 보니까 왼팔에 끼는 보호대도 있고 손가락 보호대도 따로 있다. 나는 입문자여서 따로 구매하지 않았지만 본격적으로 양궁을 배우시고 싶어 하는 분들은 하나씩 사서 끼고 연습하셨다. 

활을 당기다 보니까 살갖이 쓸려서 밴드를 붙였다.

활시위를 당기다 보면 왼쪽에 화살이 스치면서 멍이 드는 경우도 많으니까 쏠 때 잘 쏴야 한다. 물론 보호대를 구매해도 되지만 나는 두 달 수업을 끝으로 종료할 계획이라 대충 두꺼운 옷 입고 밴드 붙이면서 수업을 들었다. 

양궁의 장점.

1. 재밌다. 진짜 개~ 재밌다.

2. 집중력이 좋아진다. 화살이 활시위를 빠르게 벗어나 노란색 중앙에 꽂히면 없던 자신감도 샘솟는다.

3. 있어 보인다. 활 쏘면 다 멋지잖아?

양궁의 단점. 

1. 실외수업이다. 실외수업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추천하지 않는다.

2. 돈 많이 든다. 이건 코치님이랑 잠깐 스몰 토크하다 나온 얘긴데 양궁은 죄다 돈이라고~ 돈으로 사방을 발라야 하는 종목이라 한다. (음... 그럼 감독님과 코치님은... 금수저 핫라인?)

3. 스포츠이지만 가만히 서서 활시위만 온종일 당기기 때문에 운동 효과는커녕 땀 한 방울 안 난다. 다이어트 효과는 전혀 없다. 기왕 운동하면서 살도 빼고 싶은 욕심이 있다면 양궁 말고 수영이나 헬스가 더 낫다.

하지만 활을 쏠수록 자세가 발라지고 집중도가 높아져서 공부하는 수험생이나 정신 산만한 초등학생들에게는 종은 운동인 듯싶다. 

4. 양궁이라는 것 자체가 공간의 제약을 많이 받는다. 평소에 활과 화살 들고 다닐 일이 없으니까 아무데서나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할 수 있는 스포츠가 아니다. 

마무리하며...

일단 너무 재밌다. 활을 잡는 순간 잡념이 사라지고 정말 재밌다. 솔직히 돈만 많으면 꾸준히 즐기고 싶은 스포츠이다. 양궁이 대중화가 안 되는 것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는다는 것, 장비빨이 세다는 점인 거 같다. 

내가 부자되면 참 좋겠다.... 싶은게 금전의 제약 없이 내가 배우고 싶은걸 마음껏 배우는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할수없지, 뭐..... 그래도 이렇게라도 활을 당겨본 것에 만족한다. 

영화 헝거게임을 재미있게 봤는데 이 기회에 재탕이나 할까? 이제 제니퍼 로렌스가 활시위를 당기는 장면을 봐도 어떻게 하는지 아니까 볼 때 더 재미있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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